📌개발 회고

블로그 글 303편을 지웠다 — 방문자 4,113명 중 사람이 몇 명인지 세어보고

327편 중 24편만 남겼다. 1,319 조회를 기록한 글의 실제 사람 방문자는 74명, 최근 일주일은 1명이었다. 봇을 걸러내고 나서야 블로그의 실제 크기를 봤다.

📅 2026년 9월 6일·📖 6분 읽기·👁 3
블로그 글 303편을 지웠다 — 방문자 4,113명 중 사람이 몇 명인지 세어보고

오늘 블로그에서 글 303편을 지웠다. 327편이 있었고 24편이 남았다.

지우기 전에 딱 하나만 확인했다. "지금도 사람이 읽고 있는 글이 있나?"

1. 무엇을 올렸었나

3개월 반 동안(2026-05-08 ~ 08-17) 쌓인 것들이다.

출처편수
옛 티스토리에서 이관208편
자동 발행 (AI가 쓰고 AI가 검수)92편
직접 씀3편

주제는 거의 개발 기록이었다. Backend 153편, Frontend 48편, Infra 34편, 회고 29편, AI 22편. 제목에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적용, 설정, 해결, 배포 같은 것들이었다. 전형적인 "문제 → 해결" 형식의 개발 블로그다.

본문을 다 합치면 106만 8천 자. 평균 3,525자짜리 글이 300편 넘게 있었다.

만드는 데 든 AI 비용은 다 합쳐 $0.49였다. 약 700원. 메모 수집·주제 큐레이션·본문 작성·검수까지 전부 포함해서다. 글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건 이제 이 정도로 싸다.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2. 방문자 수를 믿을 뻔했다

지난 30일 블로그 방문 기록은 이렇다.

4,113 페이지뷰 · 2,786 방문자 · 197개 페이지

나쁘지 않아 보인다. 특히 한 글이 압도적이었다.

Vertex AI 'Resource exhausted' (429) 해결 — 1,319 페이지뷰

에러 메시지로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들이겠거니 했다. 실제로 이 글 하나가 블로그 전체 유입의 3분의 1이었다.

그런데 숫자가 이상했다. 1,319 조회에 1,284명. 거의 모든 방문자가 딱 한 번만 보고 갔다. 사람이라면 이런 패턴이 나오기 어렵다.

봇을 걸러내고 다시 셌다. 기준은 예전에 만들어둔 것을 그대로 썼다 — 30일간 100회 넘게 요청한 익명 방문자는 봇으로 보고, 하루에 2번 이상 봤거나 체류 이벤트가 남은 방문만 사람으로 센다.

봇 포함사람만최근 7일
Vertex AI 429 글1,319741
2위 글71276
3위 글54217

94%가 봇이었다. 그리고 사람 기준으로 보면, 최다 유입 글조차 지난 일주일에 1명이 봤다.

나머지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30일에 10번 이상 연 글은 300편 중 13편뿐이었다. 그 13편도 하루 한 명꼴이다.

재미있는 건, 이번에 지운 글 중에 이런 제목이 있었다는 것이다.

「봇 트래픽에 무너진 방문자 분석, 교차 확인으로 실제 사용자 8% 잡아낸 백엔드 이야기」

봇을 걸러내는 글을 써놓고, 정작 그 글의 조회수는 안 걸러내고 보고 있었다.

3. 왜 이렇게 됐나

8월 5일에 이미 신호를 봤었다. Search Console을 파보니 도메인이 '대량 자동 생성' 신호로 색인을 거부당하고 있었다. 매일 한 편씩 발행하는 것이 그 신호를 계속 강화하고 있었다.

그때는 매일 발행을 주 1회로 줄였다. 8월 17일 이후로는 아예 껐다.

그런데 이미 쌓인 300편은 그대로 뒀다. 발행을 멈춘 것과 이미 올린 것을 치우는 것은 다른 일인데, 앞의 것만 하고 끝냈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Google은 2026년 3월 코어 업데이트에서 'scaled content abuse'(대량 콘텐츠 남용)를 명시적으로 겨냥했다. 편집 감독 없이 수백 페이지를 발행한 사이트들이 트래픽의 50~80%를 잃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Google의 기준이다. AI로 썼는지 사람이 썼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판단 기준은 "이 페이지가 실제로 가치가 있는가" 하나다. AI로 100편을 써도 각각에 진짜 경험과 검증된 사실이 들어 있으면 문제가 없고, 사람이 써도 양산형이면 걸린다.

내 92편은 후자였다. 커밋 로그를 AI가 클러스터링하고, AI가 주제를 고르고, AI가 쓰고, AI가 검수해서 발행했다. 사람의 판단이 들어가는 지점이 한 군데도 없었다.

4. 무엇을 남겼나

두 가지 기준으로 24편을 남겼다.

① 제작기 11편 — 유입과 무관하게 전부 남겼다. 내가 직접 쓴 글이고, 실패한 것까지 그대로 적은 기록이다. 트래픽이 아니라 이 기록 자체가 자산이다.

② 사람이 30일에 10번 이상 연 개발 글 13편 — 적지만 실제로 읽히고 있는 것들이다.

지운 303편은 본문까지 통째로 백업해뒀다. 4.5MB짜리 JSON 하나에 106만 자가 들어간다. 필요하면 되돌릴 수 있지만, 되돌릴 일은 없을 것 같다.

5. 무엇을 얻었나

하나. 숫자를 볼 때 분모를 먼저 의심하는 습관.

4,113 페이지뷰는 거짓말이 아니다. 다만 그 숫자가 답하는 질문이 "얼마나 요청이 왔나"이지 "몇 명이 읽었나"가 아니었을 뿐이다. 나는 두 번째 질문의 답으로 첫 번째 숫자를 읽고 있었다.

둘. 싸다는 게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300편을 만드는 데 700원이 들었다. 비용이 이렇게 낮으면 "일단 많이 올려보자"가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낮은 비용이 정확히 Google이 벌하려는 신호였다. 만드는 비용이 0에 수렴할수록, 만들지 않기로 하는 판단이 유일하게 남는 실력이 된다.

셋. 멈추는 것과 치우는 것은 다른 일이다.

8월에 발행을 멈추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색인에 남아 있는 300개 페이지가 계속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과 바닥에 고인 물을 닦는 것은 별개다.

넷. 남은 24편이 오히려 정직하다.

하루에 사람 몇 명이 읽는 블로그다. 그게 3개월 반 동안 106만 자를 쓴 결과다. 숫자를 부풀리던 300편을 치우고 나니, 남은 게 실제 크기다.

작아졌지만 이제 이 숫자는 믿을 수 있다.


이 글도 그 24편 중 하나로 들어간다. 다음에 이 블로그를 정리할 때 이 글이 살아남는지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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